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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시인과 주방장 예고 다시보기(동영상)
시인과 주방장
방송일시 : 2019년 8월 26일(월) ~ 8월 30일(금)
채 널 : KBS 1TV 07:50 ~ 08:25
프로듀서 : 윤한용
제 작 : 타임프로덕션(02-761-6921)
연출 : 강효헌 / 글․구성 : 김은희
보도자료 문의 : 최혜정 취재작가
시인은 철가방을 들었고, 주방장은 시인이 되었다.
25년 경력의 손 빠른 중화 요리사 경만(55)씨가 음식을 만들어내면
뽀글머리 배달부 을현(56)씨가 서둘러 배달을 나간다.
두 사람의 기묘하고 유쾌한 동거! 어떻게 시작된 걸까?
거슬러 2년 전, 겨울. 광주에서 시인이자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을현 씨는
무안 작은 중국집의 소문난 낙지 짬뽕을 취재하러 왔었다.
너른 들판 끝에 펼쳐진 바다가 좋았고, 무엇보다 소탈한 경만 씨가 이야기 나눌수록 좋았다.
그 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해오던 을현 씨가 무안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시인과 주방장의 유쾌한 동거, 중국집 창고는 시인의 작업실이 됐다.
올해 봄부터는 이 두 사람과 한 지붕에서 지낼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는데..
바로 을현씨의 어머니(김기윤 95)다. 막내아들이야 늘 보면 좋지만,
아침저녁으로 뜨끈한 밥상 내주는 건, 다정한 경만 씨.
노모도 살갑고 요리 잘하는 아들 한 명이 생겨 무안 생활이 더 즐겁단다.
시인과 노모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방장 경만 씨는 어떤 사람일까?
우연히 시인의 시 강의실에 몇 번 갔다가 경만 씨는
어느 날 흙 묻은 손으로 글 하나를 시인에게 내밀었다.
그게 주방장 경만 씨의 첫 시 ‘잡초의 일생’이었다.
그 뒤, ‘꼬부랑 할머니’라는 시를 문예지에 출품해 신인상까지 받게 됐고,
그렇게 그는 ‘시 쓰는 주방장’이 됐다.
사실, 경만 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형수님 손에 자랐다.
어린 두 딸을 혼자 키우며 일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을현 씨를 만나고 쳇바퀴 같던 삶에 활기가 돋는다.
잡초를 뽑던 고단함을, 기역 자로 허리가 굽어버린 이모를 만나고
돌아온 밤의 슬픈 마음을 시로 쓴다.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준 친구가 경만 씨는 더없이 고맙다.
때로는 인생 최고의 친구로, 때로는 별일 아닌 일에도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지켜보는 이들은 ‘천생연분’이라며 웃곤 하는데,
일하다가 밭에서 뜬금없이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부르고,
옥수수 팔러 갔다가 보기 좋게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두 친구.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시인 을현 씨와 외로운 인생을 돌고 돌아온 주방장 경만 씨.
서로 다른 두 사람을 이어준 건 바로 ‘詩’ 였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난 운명’이라 말하는 두 친구
삶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곳, 무안 사거리 반점엔 시인과 주방장이 있다.
# 낙지 짬뽕으로 시작된 수상한 인연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난 것 같은, 운명 같아요”
전라남도 무안. 바둑판처럼 이어진 무안의 들녘 사이에 작은 중국집이 있다.
주인은 손빠른 25년 경력의 김경만 씨(55).
혼자서 요리 준비부터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까지 농사짓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뽀글머리 배달부 김을현 씨(56)가 있다.
예쁜 것 좋아하고, 지나가는 사람 다 인사 나누는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사람,
오늘도 밀린 배달 주문 나가면서 손이 느려 한 소리 듣고 진땀 빼는데...
뒤돌아서면 툭툭 장난 거는 두 사람, 인연이 궁금하다.
거슬러 2년 전, 겨울. 광주에서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을현 씨는
무안 작은 중국집의 소문난 낙지짬뽕을 취재차 왔었다.
너른 들판 끝에 펼쳐진 바다가 좋았고,
무엇보다 소탈한 경만 씨가 이야기 나눌수록 좋았다.
그 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해오던 을현 씨가 무안행을 결심했다.
그는 왜 광주에 가족을 두고 무안으로 오게 된 걸까?
# 중국집 배달원이 된 시인, 김을현
'어머니와 살날이 또 하루 줄었습니다 눈길을 걸어 시장에 갈 날도
팥죽을 쑤어 후후 불며 먹을 날도 줄었습니다'
--어머니와 살 날 中... / 김을현 시
사실, 김을현 씨는 시인이다.
2011년에 등단하여 시인으로, 1000여 편의 시를 쓰고, 잡지사 기자로도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도시의 삶이 버겁게 느껴졌고 그 한계치에 다다른 것 같았다는데...
그럴 즈음 무안의 경만 씨를 만났다.
아내와 딸에게 어렵게 허락을 구해 올 1월부터 중국집에서 일하며, 시를 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이 있는 광주로 가는데,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다.
새로운 곳, 무안에서 살게 된 시인. 중국집 일을 하며, ‘배달하는 시인’이 됐다.
경만 씨의 배려로 중국집 옆 창고를 시인의 작업실로도 꾸몄다.
낮엔 중국집 배달원으로, 밤엔 시 쓰는 올빼미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7남매 중의 막내인 을현 씨는
지난 봄, 보령 형님 댁에 계시던 아흔다섯의 노모(김기윤 95)를 모셔왔다.
몇 달이라도 엄마와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경만 씨가 흔쾌히 받아줬다.
# 시 쓰는 주방장 , 김경만
"밭에 있는 작물들과 함께 살려고 발버둥을 치며
긴 겨울을 견뎌왔다.
참으로 강한 것이 잡초인 것 같다.
그러나 봄이 오면
그 생명은
사람의 손에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다
이것이 잡초에 삶인 것 같다
--잡초의 일생中... / 김경만 시
경만 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형수님 손에 자랐다.
스무 살 무렵에 고향을 떠나 결혼하고 두 딸도 낳았다.
‘단란한 가정을 이뤄 알콩달콩 살고싶다’는 소박한 꿈은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네 살, 여섯 살 두 딸을 혼자 키우며 어려운 시절을 버텨왔다.
그렇게 30여 년을 도회지에서 허덕이며 살던 삶도 지칠 무렵,
7년 전, 경만 씨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 땅을 얻어 맨발로 농사짓는 생활, 몸은 고단해도 마음이 편했다.
무, 마늘, 대파, 양파, 옥수수, 고구마...
직접 농사지은 재료에 무안 낙지로 만든 짬뽕이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시인이 찾아왔다.
일기 한번 써본 적 없고, 술을 마시고 흥이 나야 노래라도 흥얼대보던 삶이었다.
두 딸만 어떻게든 잘 키워내려고 남의 식당도 전전하면서 살던 삶에 ‘꿈’이란 건 꿔본 적도 없었다.
그런 삶에 바람이 분다.
밭에서 잡초를 뽑다 흙 묻은 손으로 끄적여봤다.
그게 경만 씨의 첫 시, ‘잡초의 일생’이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시가 벌써 20편 정도. 작
년에는 ‘꼬부랑 할머니’라는 시로 한 문예지에 출품해 ‘신인상’을 받았다.
‘시인’이라는 기분 좋은 꼬리표가 붙었다. 뿐인가 좋은 친구를 얻고 나니, 엄마가 생겼다.
# 그렇게 삶은 詩가 된다.
경만이란
속이 보이는 투명한 쇠같은 나로서는 바꿀 수 없지만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에게 경만이란
물처럼 조약돌처럼 함께하는 함께 노래하는 사람
‘경만이란’ / 김을현 시
“을현이는 나의 진짜 친구죠
나한테 새로운 꿈을 심어준 사람이에요” -김경만
시인이 찾아들고 얼마 후 백발의 노모까지,
무안의 작은 중국집에는 식구가 세 명으로 늘었다.
순한 막내아들, 을현 씨가 있고, 아침저녁으로 갈치며,
좋아하시는 수제비도 척척 만들어 내는 착한 경만 씨가 있으니
노모도 무안 생활이 심심하지 않다.
석 달째, 어머니 모시며 함께 일하며 사는 주방장 경만 씨.
한데 가만 보니, 바지런한 주방장과 글 쓰는 것 말고는 모든 게 어설픈 시인 을현 씨.
두 사람은 티격태격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배달만 가면 눌러앉아 꽃구경하고, 신속배달이 뭔가,
시골길이 익숙치 않아 헤매기 일쑤인 초보 배달부다 보니
주방장 경만 씨는 또 화르르 열불이 난다.
그러나 주방장도 바로 꼬리를 내릴 때가 있다. 바로 시(詩)!
을현 씨는 경만 씨의 ‘시 선생님’이다.
작년 광주에서 을현 씨가 시 강연을 했고, 경만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찐빵이며 고구마를 삶아갔단다.
그 자리에서, ‘훅’ 경만 씨 마음을 파고든 시!
어느 날 흙 묻은 손으로 을현 씨에게 건낸 글을 보고 을현씨는 ‘그게 바로 시다!’ 라고 하였다.
그 이후 지금은 잡초를 뽑다가 시를 외우고,
이모를 만나고 돌아온 밤의 심란함을 휴대전화에 끄적인다.
한 번도 시를 써보라고 권한 적 없다는 시인은,
경만 씨가 보여주는 시를 볼 때마다 슬픔 속에서 살아있는 동화적이고 순수한 감성에 놀라는데.....
(출처 -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