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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97세 어머니의 하얀 기억 예고 다시보기(동영상)
97세 어머니의 하얀 기억
방송일 : 2020년 03월 02일(월) ~ 03월 06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송효림 취재작가 (02-782-5555)
산다는 건 어쩌면 차곡차곡 기억을 쌓아가는 일.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기억들이, 살아온 흔적이
가뭇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면...
경상북도 상주시에 사는 97세 이정직 할머니...
켜켜이 쌓인 그 시간의 무게만큼
산전수전, 모진 풍파를 다 겪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이 희미해져
‘하얀 기억’으로 변하고 말았다.
4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중증 치매 진단을 받은 이정직 할머니...
그이가 살아낸 97년은
가슴에 ‘참을 인’자를 끝없이 새겨야 했던 모진 여인의 삶이었다.
10남매의 맏며느리로,
시부모 봉양과 손님 접대에 허리 펼 새 없었고
6남매의 어머니로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었다.
남편이 외도로 낳은 아이까지 키우면서도
바보처럼 견뎌내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사무쳐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싶었던 지난 일을
이젠 기억조차 못 하는 할머니...
홀로 그 옆을 지키는 이는 넷째아들 송필환(63) 씨다.
어머니의 신산했던 삶이 안쓰러워
스스로 무거운 짐을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는데,
어머니는 이제 그 선물을 받게 된 것일까.
평생을 참고 살았던 어머니가 기억을 잃으면서
솔직하게 자기 마음도 털어놓고 화도 내는 모습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아들...
그 모습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다음에...’라는 헛된 기약보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걸.
노루 꼬리처럼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와의 날들이
황금보다 더 귀하고 고운 시절이라는 걸.
모자의 그 시간 속으로 동행해본다.
# 어머니의 하얀 기억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창밖을 보며 집에 가야 한다는 어머니가 있다.
올해로 97세가 된 이정직 할머니에겐
열일곱 살에 시집와 70년 동안 살았던 고택이, 삶, 그 자체였다.
자연히 고택 앞에 지어 놓은 필환(63) 씨 집은 남의 집처럼 낯설다.
4년 전, 치매 중증 진단을 받고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필환 씨.
6남매 중 첫째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의 곁엔 언제나 넷째아들 필환 씨가 있었다.
8년 전, 인삼밭의 인삼을 풀이라며 뜯어낼 때부터가 시작이었는데
그때 자식으로서 조금 더 관심을 보였다면
어머니 상태가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필환 씨는 후회하고 있다.
어머니를 모시면서 식단에도 신경을 쓰다 보니
이제는 청어, 조기부터 호박떡까지 못 하는 거 없는 살림남이 된 필환 씨.
거기다 2년 전에는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직접 요양 자격증까지 땄다.
사설도 읽고 결혼하는 집안의 사돈지까지 써줄 만큼 지혜롭고 올곧았던 어머니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실수를 하실 때면 필환 씨는 아득해진다.
어머니의 봄날 같던 삶들을 생각하면, 무심한 세월이 야속해진다.
# 봄날, 가마를 타고 와서 '쇠손'이 되기까지..
열일곱, 봄의 새순이 돋는 4월의 어느 날,
마을에서 제일 좋은 가마를 타고 시집온 어머니는 10남매의 맏며느리가 됐다.
그 시절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남편은 늘 손님들을 몰고 왔고,
한번 손님이 오면 보름에서 한 달을 대접해야 했다.
손에 물이 마를 새도 없이 시부모님을 봉양하고 자식들을 키워냈던 어머니.
시부모님의 회혼식을 치르고, 남편이 외도로 데려온 자식까지
묵묵히 키워내며 한평생을 가족들에게 바쳤다.
그 외롭고 속상했을 마음들을
단 한 번도 내비친 적이 없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증세가 심해지자
자식들은 잠시 요양원에 모시기도 했지만
죽어도 집에 가서 죽겠다는 어머니의 뜻을 외면할 수 없어
넷째 필환 씨가 하던 일을 접고 어머니 모시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곱디고왔을 손이 어느새 ‘쇠손’이라고 불릴 만큼 거칠어진 어머니...
그 어머니가 바라보는 창밖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이 공존한다.
# 치매와 고독과 싸우는 모자의 집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산 지 4년이 되어가는 필환 씨,
틈만 나면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성화인 어머니를 모시고
집 바로 뒤에 그대로 보존된 고택에 간다.
필환 씨가 나고 자랐던 고택엔 어머니의 손때 묻은 물건들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사람이 잘 찾지 않아 적막함만이 감돈다.
인생은 어느 봄날의 짧은 꿈 같다더니, 어느새 필환 씨도 예순을 훌쩍 넘었다.
혼자서 어머니를 모시는 게 체력적으로 벅찰 때도 있다.
게다가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 어렵다.
남들은 퇴직 후 인생의 자유를 누릴 시기에
어머니 옆을 지켜야 하니, 필환 씨도 외로움과 우울함에 힘겨울 때가 있다.
어머니와의 시간 속에서 누구나 맞닥뜨리게 될 황혼의 공간, 시간을 느끼는 필환 씨.
하얀 기억 속에 사는 97세 어머니와
그 모습을 애틋하게 지켜보는 63세 아들이 함께 사는 집으로 찾아가 본다.....
(출처 -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