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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삶이 끝날 때까지 예고 다시보기(동영상)
삶이 끝날 때까지
방송일 : 2018년 10월 29일(월) ~ 11월 2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김도희 취재작가 (02-782-5555)
충청남도 청양군에는 은행나무 너머로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한자리에서 견뎌온 고택이 있다.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하는 고택의 주인은 바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84살의 임승팔 씨.
그의 집안은 마을의 고아들을 거두어 먹이고,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대대로 덕을 쌓아 온 집안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는 이 고택에서
그는 거동이 불편한 아내 이영희(84) 씨를 5년째 보살피고 있다.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살았던 아내를
평생 고생만 시킨 것 같아 후회된다는 임승팔 씨.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자식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꺼이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혹여 욕창이 생길까 싶어, 새벽에도 몇 번씩 자다 깨
아내를 일으켜 세우는 그의 지극정성은 주변 사람들도 놀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임승팔 씨는 아내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겼다.
얼마 전, 자신과 가장 닮았던 둘째 아들을 떠나보냈지만
아내가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아, 아직 이 사실을 전하지 못한 것.
둘째 아들을 찾는 아내를 지켜보며, 그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홀로 마음에 품고 있는 임승팔 씨.
그런 그를 힘 나게 하고, 웃게 해주는 건 역시 가족뿐이다.
무뚝뚝하지만 집에 올 때마다 부모님을 위한 요리를 해놓고 가는 큰아들과 애교 많은 막내딸,
그리고 임승팔 씨 부부가 마음으로 낳은 막내아들 내외가 그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길게만 느껴지는 이 가을.
임승팔 씨의 이번 가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아기가 되어버린 나의 아내
지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충청남도 청양군의 100년 넘은 고택,
이곳에서 임승팔(84) 씨는 거동이 불편한 아내 이영희(84) 씨를 돌보고 있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에게 밥을 주다 고관절을 다친 아내는
3년 전 재수술을 한 이후로, 대부분 시간을 침대에서만 보내게 됐다.
꽃다운 스물네 살의 나이에, 2대 독자였던 임승팔 씨에게 시집온 아내 이영희 씨.
그녀는 시부모님에 시할머니까지, 층층시하 시댁 어른들을 모시고 살면서도
불평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연탄가스중독 사고로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임승팔 씨를 간호하고 사업 뒷바라지까지 하며 묵묵히 남편 곁을 지켰다.
지난날, 아내를 고생만 시켰다는 미안함과 고마움에
임승팔 씨가 홀로 아내를 보살핀 지, 어언 5년째.
이제 아내는 요구르트 하나도 먹여줘야 하는 아기가 되어버렸지만
그의 눈에 아내 이영희 씨는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여전히 희고 어여쁘기만 하다.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에 자녀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자고 했지만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는 순간,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 그는 완강히 거절했다.
대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새벽에도 몇 번씩 아내를 일으켜 세우며
자신이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시를 좋아했던 아내를 위해 시를 읽어주고, 옛 사진을 보여주며
아내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붙잡기 위해 노력하는 임승팔 씨.
아내를 향한 그의 지극정성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도 놀랄 정도다.
하루 대부분 시간을 아내를 위해 쏟고 있는 임승팔 씨의 유일한 외출은
뒷산에 올라 밤과 은행을 줍는 것.
그러나 밖에서도 아내에 대한 걱정으로, 그의 온 신경은 집을 향해 있는데...
임승팔 씨가 산에서 밤을 줍는 사이, 아내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 말할 수 없는 비밀
최근 임승팔 씨에게는 아내 이영희 씨에게 차마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 생겼다.
얼마 전, 네 명의 자녀 중 가장 그를 빼닮았던 둘째 아들이
당뇨합병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
아픈 어머니에게 매일 전화를 걸 정도로 다정다감했던 둘째 아들의 죽음에
혹여 아내가 큰 충격을 받을까 싶어, 그는 아직 이 사실을 아내에게 전하지 못했다.
아버지 임승팔 씨는 부모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자식의 49재를 준비하며
시름이 깊어져만 간다.
한 편,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누워있는 아내 이영희 씨.
아기가 되어버린 그녀이지만, 사랑하는 둘째 아들에 대한 기억만은 온전하다.
이미 세상에 없는 둘째 아들을 찾는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며,
임승팔 씨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 가족이 곁에 있기에
자식 잃은 슬픔을 홀로 짊어지고 있는 임승팔 씨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건 역시 가족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사는 최호선 씨 역시 그런 존재다.
일찍이 부모님을 잃은 어린 최호선 씨와 그 동생들을 거두었던 임승팔 씨 부부.
이들에게 최호선 씨는 마음으로 낳은 소중한 막내아들이다.
웃음 많은 일본인 아내 히토미 씨와 건실한 가정을 이룬 최호선 씨 역시
직접 만든 반찬을 가져와 식사를 챙기며, 임승팔 씨 부부를 친부모처럼 모신다.
막내딸 임선영 씨는 미국에 사는 큰언니를 대신해, 부모님의 말동무가 되어주며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고마운 존재다.
큰아들 임동명 씨 역시 무뚝뚝하지만, 조용히 부모님의 끼니를 준비해 놓고 가는
속 깊은 아들이다.
오히려 과거에는 아버지에게 큰 정을 느끼지 못했다던 자녀들은
어머니를 정성껏 보살피는 아버지를 보며, 비로소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도 지금 이 시간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와 가까워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런 가족들 덕분에 임승팔 씨 역시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오랫동안 아내 곁을 지키기 위해, 그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산을 탈 때마다 자신의 발자국 수를 세며 열심히 건강을 챙긴다.
임승팔 씨의 이러한 사랑을 느끼는 듯, 아내 이영희 씨 역시 무슨 일이 생기면
늘 남편부터 찾는다.
비록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하는 아내이지만,
아내가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의 힘’이 된다고 말하는 임승팔 씨.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생각이 많아져만 가는 요즘.
임승팔 씨의 이번 가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출처 -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