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인의 밥상 388회 예고 다시보기(동영상)

 

 

그대 단풍이 그리운가, 설악을 만나라

단풍이 건네는 초대장을 받아들고 찾은 설악산

버섯, 잡곡들이 풍성한 설악의 가을 밥상

자연의 시간에 맞춰 길을 걷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연 밥상을 찾아간다

잡곡이 익어가는 계절, 도리깨질 소리 가득한 마을 – 인제 하추리 밥상

설악으로 향하는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하추리. 과거엔 화전이 대부분이라 쌀이 귀해 잡곡만 먹으며 살았지만, 이제는 잡곡이 마을의 주 수입이 됐다. 단풍 들 무렵이면, 하추리에서는 잡곡을 터는 정겨운 도리깨 소리가 가득하다. 이곳 하추리 마을에는 유독 추자가 많아 마을을 추동 혹은 가래월이라고 부를 정도였는데, 추자(가래나무열매)는, 기름도 짜고 밥도 해 먹을 수 있어 배고픈 시절 잡곡과 함께 주린 배를 달래주던 소중한 식재료였다. 불에 구워 빼낸 알맹이에 도리깨질로 얻은 수수, 팥을 섞어 밥을 짓고, 단풍철이면 국화전을 부치듯, 가을에 피는 맨드라미와 미나리, 석이버섯을 얹은 찹쌀콩전부꾸미를 부친다.

도리깨 소리를 이끄는 마을 주민 김군호씨는 버섯 채취에도 일가견이 있다. 군호씨가 채취해 온 석이버섯은 부꾸미에 얹고, 까치버섯(먹버섯)은 백숙으로 해 먹으면 해독 기능은 물론 혈관 건강에도 좋아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란다. 까치버섯(먹버섯)으로 한참을 우려낸 닭백숙은 새카만 모습에 한번, 맛에 두 번 놀란다고 할 정도라는데~ 여기에 님도 안 주고 먹는다는 가을 달래를 무와 함께 무쳐 내면 닭백숙과의 궁합이 환상이다. 하추리 마을 사람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공동으로 농사를 짓고, 음식을 나눈다. 힘든 수확의 노동도 도리깨 소리를 하며 웃어넘기는 하추리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가을 밥상을 찾아간다.

비 온 뒤 만나는 산의 보물, 산느타리 – 인제 가리산리 그리움 가득한 밥상

설악권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가리봉, 그리고 그 아래 자리한 인제읍 가리산리. 가리산리는 앞마당이 내설악이라 가을에 단풍놀이를 따로 갈 필요가 없을 정도인 데다, 설악으로부터 향 좋은 버섯을 한가득 수확할 수 있는 축복 받은 곳이다. 특히 늦가을 비가 온 뒤 볼 수 있다는 자연산느타리는 한번 맛본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이맘때면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는데~ 재배 느타리보다 육질은 부드럽고 향이 짙은 산느타리는, 가난했던 시절 싸리나무 꼬치에 꿰어 팔기도 했단다. 국에 넣으면 특유의 미끄러운 식감 때문에 입에 넣자마자 뱃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 뜨거움에 괴롭지만, 맛이 일품이라 계속 손이 갈 수밖에 없단다.

벼 타작할 때면 남편이 채취해 온 산느타리로 국을 끓이고, 말려뒀다 장아찌를 하거나 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는 손정숙씨. 느타리 요리를 하다 얼마 전 떠난 남편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마지막으로 부쳐드린 산느타리메밀부침개와 남편이 좋아했던 황태식해까지 만들어낸 후,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나눈다. 가을산 내음 가득한 가리산리의 그리움이 담긴 밥상을 맛본다.

백담사에서 봉정암 가는 길, 순례길을 걷다 – 연잎밥과 감자표고미역국

설악산 대청봉에서부터 100개의 바위 웅덩이가 이어져 ‘백담사’라 이름 붙은 절. 만해 한용운 선생이 ‘님의침묵’을 탈고한 곳으로 유명한 백담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순례라 이름 붙은 특별한 길을 걷는 사람들이 숨을 고를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곳의 백거스님은 한용운 선생의 화엄사상이 중시한 조화로움을 마음에 새기며, 감자와 견과류를 더한 연잎밥을 만들어 순례 길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내어준다. 연잎밥에 가장 어울리는 미역국에도 감자와 표고버섯을 넣어 조화의 의미를 한 번 더 담아내는데~ 바다에서 온 미역은 산을 오르는 보살님들이 가벼워서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란다. 여기에 겨우내 먹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무장아찌는 고추씨로 영양과 맛을 더하여 푹 삭힌 후 한 번 더 무치면 그 맛이 배가 된단다. 출가한 후로 늘 길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는 백거스님과, 5시간여를 오롯이 걸어야 닿는 내설악 깊은 암자인 봉정암을 찾아가는 많은 순례자들. 순례길을 걷는 이들을 위한 마음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모녀의 삶이 담긴 맛, 메밀과 잣 – 인제 월학리 밥상

처서가 지나면 잣을 수확하느라 분주한 월학리. 올해도 어김없이 잣을 수확하기 위해 높디높은 나무를 직접 오른다.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맨몸으로 올라야 하는 잣 수확은 웬만한 담력과 기술 없이는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잣을 수확했던 이원희씨가 아들과 함께 잣 수확에 나섰다. 잣 수확을 할 때 허기를 달래며 먹는 잣 구이와 잣 막걸리는 하루의 힘듦을 씻겨줄 만큼 고소하고 시원하단다. 이원희씨의 아내와 장모가 잣 수확하는 사위와 손주를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

원희씨의 장모님은 배고픈 시절, 겨울이 되면 자식들을 등에 업고 메밀막국수 장사를 하셨단다. 자다가도 손님이 오면 아이들을 옆방으로 밀어 넣고 국수를 팔았던 시절도 있다는데... 그 시절 남편과 쓰던 옛 메밀국수 기계로 뽑아내는 면은 요즘 기계로 뽑아내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단다. 나무틀 옆으로 새어 나오는 반죽 자투리를 그대로 삶아 떡이라며 싸우면서 먹었던 추억, 팔다 남은 국수로 장국을 끓여 뜨끈하게 말아 먹곤 했던 기억.. 오랜만에 맛보는 옛 추억에 모녀는 절로 웃음이 난다. 잣 수확철, 고생한 남편을 위한 잣 만둣국까지 준비하는 박성숙씨. 팔방미인 메밀로 만두피를 하고, 잣물을 육수로 해서 팔팔 끓여내면 이만한 보양식이 없단다. 여기에 집 앞 냇가에서 잡아 온 민물고기로 짭조름한 장조림을 하면 바닷고기와는 또 다른 민물고기의 매력에 빠져든다. 과거에도 귀했고, 지금도 귀한 잣. 잣을 수확하는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밥상을 만나본다...

(출처 - 네이버TV)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