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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392회 예고 다시보기(동영상)
겨울이 오고 있다, 다시 바다다
찬바람이 불면 더 뜨거워지는 신안의 섬들
갯벌 따라 이어지는 좁은 길, 노두를 따라 만나는 섬마을의 겨울 밥상
겨울이 오고 있다, 다시 바다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선도의 보물, 낙지 – 지도의 부속 섬 선도
지도의 부속 섬 선도(蟬島)'! 섬의 모양이 꼭 매미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선도 갯벌에는 반가운 손님 낙지가 찾아온다. 새벽 1시, 선도 앞바다가 요란스레 깨어난다. 주렁주렁 게를 매달아 배를 이용해 잡는 낙지 주낙과, 손전등을 비춰 낙지를 줍는 홰낙지, 여기에 낮에는 가래삽 하나만 들고 나가 잡는 맨손낙지까지. 섬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갯벌 속 숨은 낙지들을 잡는다.
깨끗한 갯벌에서 자라 유난히 부드럽다는 선도 낙지는, 짚에 감아 양념장에 구워 먹으면 불 맛이 제대로 배어 맛이 그만이라는데~ 잔치나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는 음식이란다. 또 선도 사람들이 연포라 부르는 무침도 이 철 마을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 중 하나인데, 속이 꽉 찬 제철 배추와 낙지를 같이 넣어 조물조물 무쳐내면 배추의 단맛과 낙지의 짠맛이 환상의 궁합이라고 한다. 발 떨어진 낙지들을 한데 모아 참기름을 가득 넣고 담백하게 볶아내는 선도식 낙지볶음에, 연포탕까지~ 새벽부터 이어지는 기나긴 낙지잡이의 피곤함을 날리는 외딴섬 선도 사람들의 삶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일 년에 딱 한 철만 만날 수 있는 귀한 손님, 곱창김
김 품종 가운데 가장 가격이 비싸면서 맛이 좋은 잇바디돌김은 어민들 사이에서 흔히 곱창김이라고 불린다. 김의 모습이 마치 동물의 창자처럼 꼬불꼬불하게 생겨 붙은 이름이라는데~ 일 년에 지금 딱 한 철만 만날 수 있는 귀한 곱창김은 한번 먹으면 그 달짝지근한 맛을 잊을 수가 없을 정도란다. 곱창김 양식을 하는 구정수씨는 김양식 때문에 해남에서 이곳 지도로 이사를 왔다. 곱창김 채취로 바빠지는 초겨울, 구정수씨의 아내가 특별히 물김전을 새참으로 준비했다. 물김은 러시아 선원들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라는데... 김을 채취하는 곳이 아니면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인 물김으로 아내 정영애씨가 초무침을 만든다. 제철 맞은 달짝지근한 숭어회와 김초무침의 조화는 김을 채취하는 사람들만 아는 특별한 맛이란다. 여기에 고향 해남에서 어릴 적 먹었던 마른 김국까지 더하면, 추억에 맛까지 더해진 부부의 김향 가득한 밥상이 완성된다. 결혼한 후 처갓집 김장까지 도맡아 해 왔다는 손맛 좋은 애처가 남편 구정수씨와 흥 넘치는 아내 정영애씨의 겨울맞이 김밥상을 찾아간다.
노두로 이어진 가족의 정 – 작지만 아름다운 섬 소기점도
과거 징검다리이던 시절엔 물때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던 갯벌의 좁은 길 노두. 지금은 현대화 공사가 돼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갯벌을 잇고, 섬과 섬을 잇는 역할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두가 있고, 5개의 노두로 6개의 섬을 잇고 있는 어미 섬 병풍도. 이 병풍도에서 두 번의 노두를 건너면 오손도손 4가구가 살아가는 소기점도가 나타난다.
소기점도로 23살에 시집온 이봉임씨는 12남매나 되는 남편의 형제들과 노두를 건너다니며 밤새 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이 불면 사라져버리는 노두 덕에, 물때를 놓친 친척들이 집에서 자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라 밤마다 웃을 일이 가득했다는데~ 이제는 여럿 떠나고 섬에 남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지만, 아직도 옆 마을 사촌들과 노두를 건너다니며 숭어, 운저리(문절망둑), 물김 등 맛있는 음식들을 서로 챙기며 정 좋게 산단다. 특히 초겨울 찬바람이 불면 최고의 진미라는 간장을 발라 말린 숭어 건정에, 입동 준비를 위해 말려둔 운저리(문절망둑)로 젓국을 끓여 함께 모여 먹는 맛은 더욱 좋다고! 사촌 동생 정영임씨가 가져온 물김과 돼지고기 갈빗살로 찜을 만들며 과거에 돼지 잡는 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물김돼지고기찜 얘기도 하고, 숭어건정에, 운저리 젓국을 곁들여 술도 한잔하고~ 귀한 재료들을 챙겨다 준 친척들과 따뜻하고 푸짐한 한 끼를 함께하며 살아가는 이봉임씨 부부의 밥상을 만나본다.
지도에서 고향 선도의 어머니 음식을 그리다
과거 새우젓을 싣고 지나던 중요한 뱃길이었던 섬, 지도! 지금은 연륙교가 설치되어 섬 아닌 섬이 되었지만, 여전히 섬 시절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조지형씨는 지도가 섬이던 시절, 종종 운저리(문절망둑) 낚시를 하러 가서 부모님께 혼났던 추억이 있다는데~ 마을 사람들과 초겨울이면 더욱 통통해지는 운저리(문절망둑)를 잡기 위해 갯벌로 나선다.
한편, 지도의 부속 섬인, 선도가 고향인 아내 주인숙씨는 딸과 함께 남편을 기다리며 옛 어머니의 음식을 만든다. 인숙씨의 어머니는 겨울이면 신안의 명물인 민어를 마당에 말리셨다는데~ 귀한 손님이 오거나 명절이 되면 말려둔 민어 건정을 그대로 쪄내고,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와 머리를 넣어 고사리와 함께 탕을 끓이시곤 했단다. 여기에 낙지를 잡아 온 날이면 혹시나 자식들이 먹기 힘들까 잘게 자른 후, 뜨거운 밥 사이에 넣고 익혀 낙지반숙비빔밥을 해주셨단다. 시집온 후, 명절에 한 번도 고향에 가볼 수가 없었다는 주인숙씨는 어느덧 훌쩍 커버린 딸과 함께 어머니를 추억하며 음식을 만든다.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닮은 인숙씨가 어머니의 민어 음식에, 지도로 시집와 배운 홍어 껍질 묵까지 만들어 한상을 차려낸다. 겨울바람에 실려 온 어머니 생각이 담뿍 담긴 따뜻한 그리움의 밥상을 만나본다...
(출처 - 네이버TV)